주인을 알 수 없는 경주 신라의 고분들
오늘은 경주 신라고분들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에 대하여 아는 데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고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왕릉의 주인을 정하는 문제에 많은 차이가 있는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일반적인 내용을 알아보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
1> 주인을 알수없는 고분들
경주에 있는 고분들은 주인을 알 수 없는, 즉 피장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고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봉분이 작은 것은 물론이고, 왕릉급의 대부분의 고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56대의 신라왕들 중에서 명확하게 누구의 왕릉으로 지정할 수 있는 능은 8기뿐이지요.
선덕여왕릉-낭산과 사천왕사의 지명으로 확실시
문무대왕릉-역사적 기록, 수중릉
태종 무열왕릉-능비
서악동 고분군-법흥 왕릉, 진흥왕릉, 진지왕릉, 김용춘의 묘 등 기록상 거의 확실시
성덕왕릉, 헌덕왕릉, 흥덕왕릉-왕릉 근처에서 비문 조각 발견
경순왕릉-경기도 연천군에 소재
원성왕릉(괘릉)-역사적 기록으로 거의 확실시
효성왕릉-없음, 화장 후 동해에 뿌림.
소재가 불분명한 왕릉은 15기나 됩니다. 특히 석씨왕들의 릉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경주 북쪽 소금강산 밑에 있는 석탈해왕릉뿐입니다. 석탈해왕릉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 밖의 대부분의 왕릉들은 앞에 "전할 전"자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전 내물왕릉"처럼 말이죠. 그만큼 자신 있게 피장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그럼 왜 피장자를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 하도 오래전이라 역사기록이 부족하고, 기록되어 있어도 그때의 지명을 확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든다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경우 "OO왕의 릉을 OO사 남쪽, OO산 북쪽에 모셨다"라는 형식으로 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 사찰과 산의 위치를 알 수가 없기에 특정하여 지정할 수가 없어요. 지명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전혀 연관되는 지명도 없을 경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지요.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도 발굴보다는 보존에 무게를 두고 있기에 진짜 왕릉의 주인을 찾는 길은 요원하다고 하겠습니다.
2> 후손들의 조상 찾기. 오릉과 남산지구 고분군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 각 가문에서 자기들의 왕릉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워낙 자료가 빈약하여 구전으로 전해 내려 오는 이야기와 지리적 연관성 등을 자의적 해석을 하여 대충 왕릉의 주인을 정합니다. 특히 힘 있는 박씨가문과 김씨가문은 협의를 통해 시조 박혁거세 왕릉이 있는 오릉과 가까운 남산의 서북쪽 왕릉들을 박씨들의 왕릉으로 정하지요. 그래서 남산 서북쪽의 일성왕릉, 지마왕릉, 삼릉의 박아달라왕릉, 신덕왕릉, 경명왕릉 등의 이름으로 정해집니다. 반면에 남산의 동쪽은 선덕여왕릉, 신문왕릉 등과 가까워 김씨가문의 왕릉들로 채워 넣습니다. 여기에 역사적 자료나 고고학적 연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힘없고 빽 없는 석씨 가문들은 조상의 묘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지요. 석탈해왕릉만 가문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어요. 이런 불효가 따로 없네요 ㅎㅎㅎ
3> 경주의 고분들은 얼마나 발굴되었나요. 대릉원
현재 경주의 고분들은 일부만 발굴되었어요. 거의 대부분의 고분은 미발굴 상태입니다. 계획을 세워서 발굴한 고분도 있고 우연히 유물이 발견되어 발굴된 경우도 있어요.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천마총과 황남대총입니다. 천마총의 경우 황남대총 발굴전 리허설로 연습 삼아 발굴했는데, 화려한 금관과 천마도란 어머어마한 유물이 나왔고, 본 게임인 황남대총 남북분은 발굴 결과 금동관과 금관을 포함하여 약 5만 8천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단하지요.
대릉원에서 발굴된 고분은 황남대총과 천마총이고, 나머진 미발굴 상태입니다.
아직도 고분들 속에는 그 시대의 어떤 유물들이 있을지, 얼마나 많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4> 천오백 년 전의 속살을 드러낸 노동동, 노서동 고분군
경주 시내와 가까이 있는 노동동, 노서동 고분군은 사람들과 가까이 있다 보니 제일 처음 발굴된 경우입니다. 예전에는 무덤을 울타리 삼아 집을 짓고 살기도 했었지요. 옛 사진들을 보면 무덤 사이사이에 가옥이 있고 빼곡히 들어선 모습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집수리하다가 유물이 발견되어 발굴하거나 아니면 도굴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시내와 인접한 이곳을 발굴 후 정비하여 깨끗이 단장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금관과 금제 유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은 이제 발굴하지 않은 고분은 딱 하나 남았어요. 단독 고분으로 최대 크기인 봉황대입니다. 봉황대의 명칭은 조선시대에 문인들이 붙인 것으로 워낙 커서 인공언덕, 전망대로 생각해 풍수지리설과 연결해 봉황대라고 했다고 해요.
이 고분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가 됩니다.
5> 메타세콰이아와 고분의 아름다운 조합. 황남동 고분군
교촌마을 서쪽, 재매정 북쪽에 남북으로 일렬로 쭉 늘어선 고분들입니다. 아직 발굴전이라 누구의 무덤인 알 수 없어요.
고분 주위에 넓은 공터가 있고, 아무런 건축물이 없어서 가장자리에 있는 메타세쿼이아와 고분들이 잘 어울려 또 다른 정취가 느껴집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신다면 강추입니다. 야경도 좋아요.
6> 계림을 배경 삼은 인왕동 고분군
계림 북쪽, 첨성대 정원 서쪽 끝자락에 있어요. 계림과 접해있는 고분은 내물왕릉입니다. 가장 접근이 용한 고분군입니다. 가을 혹은 봄에는 반월성과 계림의 조명과 어울려 야경은 아주 멋집니다. 그래서 경주여행은 당일치기로 하면 너무 아쉽습니다. 여기 또한 전혀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7> 산 등성이에 줄지어 서있는 서악고분군
태종 무열왕과 직계 선조들의 무덤으로 알려진 고분들입니다. 법흥왕릉, 진흥왕릉, 진지왕릉, 그리고 무열왕의 아버지인 김용춘의 묘까지 모여있는 것으로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맞은편 산에 2기의 왕릉급 고분과 입구 쪽 도로 맞은편에 김인문, 김양의 묘도 있어서 가장 많은 고분들이 모여있는 곳이 서악동 고분군입니다. 여기도 발굴된 고분은 없습니다.
나머지 왕릉들은 박물관에서 울산으로 가면서 도로 좌측 편에 산재해 있습니다. 신문왕릉에서 원성왕릉 까지...
일부 외진 곳의 왕릉들은 도굴된 것들도 있습니다.
8> 귀족들의 무덤, 쪽샘지구 고분군
팔우정 로터리와 대릉원 사이에 왕릉급보다는 작은 귀족들의 무덤이 옹기종기 많이 모여있는 곳이 쪽샘지구입니다. 거의 발굴을 끝내고, 일부는 정비 보존하고, 일부는 개발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쪽샘지구에는 쪽샘유적 발물관이 있는데 고분 발굴 현장을 그대로 노출시켜 전시하고 있습니다. 발굴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천마총이 무덤의 가운데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곳은 무덤은 평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고분들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왕릉급 고분과 비교해 앙증맞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좀 애틋한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꼭 애기들 무덤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대략적인 고분군을 분류해보고, 각 고분군들의 발굴 여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제까지 경주의 고분들은 발굴보다는 보호에 중점을 두고 관리해 왔습니다. 보호할 것인가, 발굴할 것인가 우리 후손들의 오랜 숙제이지요. 발굴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고, 문화재의 훼손이라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또 다른 쪽에서는 발굴을 하여야 역사를 좀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으며, 이제 발달한 기술로 발굴된 유물을 잘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경주의 땅속에는 천 년 전 아니 이천년전 유물들이 아직도 엄청 많이 잠들어 있지요. 언제까지 보호만 하고 있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땅속에 있다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물들이 부식하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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